2025 노벨문학상, ‘묵시록 문학의 거장’ 헝가리 작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에게
묵시록 적 세계관 속 예술의 힘을 그린 헝가리 거장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
스톡홀름, 2025년 10월 9일 —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헝가리 출신의 소설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László Krasznahorkai, 71) 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을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시켜주는 강렬하고 통찰력 있는 작품” 이라고 평가하며, 인류의 절망 속에서도 예술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고 밝혔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수상 직후 스웨덴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서의 첫날, 행복하고 평온하지만 동시에 긴장된다”고 소감을 전하며, “문학은 혼란의 시대에 우리를 버티게 하는 생존의 힘이다. 환상 없이 살아간다면, 삶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2025 노벨문학상 수상자 헝가리 작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 사진: 노벨평화상 공식홈페이지
“묵시록적 멜랑콜리”로 세계를 바라보다
1954년 헝가리 남동부 줄러(Gyula)에서 태어난 그는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독일·프랑스·일본·중국 등지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문학은 종말과 구원, 절망과 예술의 경계에 선 인간을 응시하며, 긴 문장과 반복되는 어조로 독자를 압박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대표작 『사탄탱고』(1985)는 공산주의 붕괴 직전의 농촌 공동체를 배경으로 한 절망의 서사로, 벨라 타르 감독이 7시간 18분의 영화로 만든 걸작이기도 하다. 이후 『저항의 멜랑콜리』(1989), 『전쟁과 전쟁』(1999), 『세계는 계속된다』(2013),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2016) 등으로 현대문학의 한 축을 세웠다. 그의 문장은 거의 마침표가 없고, 하나의 문장이 수 페이지에 걸쳐 이어진다.
이에 대해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내게 문장은 짧거나 긴 것이 아니라, 너무 짧거나 너무 긴 것뿐이다. 의미가 있는 말을 할 때는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 라고 밝힌 바 있다. 카프카와 베른하르트의 후예, 그리고 동양의 사유 한림원은 크러스너호르커이를 “프란츠 카프카와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중부유럽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일본과 중국의 사유를 통합해 문학의 지평을 확장한 작가” 라고 평가했다. 그의 작품 세계에는 헝가리의 정치적 절망, 유럽 문명에 대한 회의, 그리고 동양 철학이 지닌 허무의 미학이 뒤섞여 있다.
미국의 평론가 수전 손택(Susan Sontag) 은 그를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 이라 평가했고, 독일 평론가 빈프리트 게오르크 제발트는 “그의 문학은 현대의 모든 주제를 압도한다” 고 평했다.
국제무대에서의 위상
2010년 슈피허 문학상과 뷔뤼케 베를린 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2015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헝가리 작가로는 최초로 받았다. 그의 장편『세계는 계속된다(The World Goes On)』는 2018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는 예일리뷰(Yale Review)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직 평범한 인간만이 존재하며, 그들은 신성하다. 모든 위대한 문학 속 인물들은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태어난다.” 이 문장은 그가 일생 동안 견지해온 문학 철학, 즉 ‘절망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시선’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수상작의 의미와 시대적 맥락 문학평론가 김성신은 이번 수상을 두고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묵시 문학은 오늘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직시하기 때문” 이라며, “신자유주의적 소외, 인종주의의 재등장, 전쟁과 기술의 폭력 속에서 그의 작품이 인류 보편의 불안을 대변한다”고 해석했다. 그의 소설은 단순히 종말을 묘사하지 않는다. 그는“언어 그 자체가 인간의 구원”임을 증명하며, 예술이 절망의 시대에 어떻게 생존의 증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주요 작품
『사탄탱고』 (Sátántangó, 1985)
『저항의 멜랑콜리』 (The Melancholy of Resistance, 1989)
『전쟁과 전쟁』 (War and War, 1999)
『서왕모의 강림』 (2008)
『마지막 늑대』 (The Last Wolf, 2009)
『세계는 계속된다』 (The World Goes On, 2013)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Baron Wenckheim’s Homecoming, 2016)
『헤르슈트 07769』 (Herscht 07769, 2021)
참고 및 출처
[NobelPrize.org – 2025 Nobel Prize in Literature Official Announcement](https://www.nobelprize.org/prizes/literature/2025/press-release/)
The Yale Review Interview with László Krasznahorkai The Guardian, October 2025 Coverage Svenska Akademien (Swedish Academy Press 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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